문예창작과 입시에 관심이 있어 이 게시물을 보시게 되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부정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사교육 시장의 편의에 맞춰 편향되어 있거나, 풍문이 사실인 것처럼 돌아다닙니다. 예컨대 “짧은 시간 안에 문창과 입시 실기 준비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백일장과 실기전형에서 학생들이 맞붙게 될 주요 경쟁자는 대개 예술고 학생들입니다. 예고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예고 입학 실기를 위해 글쓰기를 준비해 예고생이 됩니다. 입학한 뒤에는 3년 내내 대학 실기를 준비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단기간 학원 수강만으로 대학 합격이 가능하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늦게 시작한 학생일수록 이런 말에 기대고 싶어집니다. 그럴수록 현실부터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9등급 제도에서 내신이 6등급, 9등급이어도 실기만 잘 쓰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홍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말을 판단하려면 어느 대학의 어떤 전형을 말하는지, 그 학생이 이미 어느 정도의 독서와 습작을 쌓아 왔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학생의 합격 사례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합격 가능성만 앞세우고 그에 필요한 조건과 준비 과정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글도 벌써 세 번째 손을 봅니다. 이번에는 네이버 측의 정보 업데이트 요청에 따라 내용을 다시 점검했습니다. 처음 글을 쓴 이유는 지금도 같습니다. 문예창작과 실기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믿고 시간을 보낸 뒤, 뒤늦게 저희 교습소를 찾아오는 학생들을 거듭 만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협성대학교 객원교수로 강의하는 한편, 문예창작과 실기 교습소를 운영하며 수험생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이자 언론사 더스쿠프의 Lab.뉴스페이퍼 랩장으로 문화부를 맡고 있으며, 더스쿠프에 합쳐지기 전 문학전문매체 〈뉴스페이퍼〉의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계 부조리 조사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등 문학과 출판 현장에서 꾸준히 일해 왔습니다.
이 글은 성적이 낮거나 준비가 늦은 학생에게 포기하라고 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남은 시간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대학의 공개 자료와 학생들을 직접 지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성적과 준비 시기부터 독서와 습작, 학원 선택까지 학생과 학부모님이 자주 묻는 질문에 차례로 답하겠습니다.

1. 성적이 낮아도 대학에 갈 수 있나요?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입니다. 문예창작과에는 실기제도가 있습니다. 시험장에서 시(운문) 한 편이나 콩트(산문) 한 편을 쓰는 백일장 형식으로 수시·정시 입학자를 선발합니다. 분량은 대학마다 다른데, 시는 20행 안팎, 산문은 2,000자 안팎이 많습니다. 다만 성적이 낮을수록 글을 그만큼 더 잘 써야 합니다. 최저학력기준을 두는 대학도 있어서 성적이 지나치게 낮으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크게 줄어듭니다. "낮은 성적으로도 갈 수 있다"는 말은 일반론으로는 맞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동국대학교가 공개한 입학전형 결과를 보면,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수시 실기전형 최종등록자의 내신 평균은 2026학년도 3.53등급, 2025학년도 3.48등급, 2024학년도 3.64등급입니다. 가장 낮은 등급은 2026학년도 5.00등급, 2025학년도 5.30등급, 2024학년도 4.80등급이었습니다. 모두 9등급제 기준이고,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한국사 가운데 상위 10과목의 평균입니다(비교내신 대상자는 통계에서 빠져 있습니다). 동국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고 실기를 70% 반영하는데도, 최근 3년 동안 공개된 결과에 6등급 아래 최종등록자는 없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가르친 학생 가운데에도 내신 7·8·9등급으로 동국대에 합격한 학생은 없었습니다. 5등급도 합격자 가운데 가장 낮았던 학생의 등급일 뿐이고, 합격자 평균은 3등급대 중반입니다.
이 글이 처음 나간 뒤로 “6등급, 9등급도 갈 수 있다”던 말이 “5등급도 갈 수 있다”로 바뀐 것을 보았습니다. 왜 5등급인지는 위 숫자를 보면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등급은 합격자 가운데 가장 낮았던 학생의 등급이고, 합격자 평균은 3등급대 중반입니다. “몇 등급까지 갈 수 있다”는 숫자보다, 그 등급에서 무엇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 곳을 찾으셔야 합니다. 달콤한 말보다 아픈 말이 결국 학생에게 도움이 됩니다.
수능 반영 비율은 국어·영어가 높고 수학은 반영하지 않거나 변별력이 거의 없을 만큼만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입시 전략도 여기에 맞춰 세워야 합니다. 한편 4년제 대학의 실기 전형은 대학마다 수시·정시 운영 방식이 다르고,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수시·정시와 별도 일정으로 선발합니다. 서울예대·명지전문대·한양여대 같은 전문대도 수시 실기를 운영하니, 지원하려는 대학의 해당 연도 모집요강을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특기자 전형은 수상 실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성적과 무관하게 진학할 수 있지만 아무 수상 실적이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외 대회, 그중에서도 엄선된 특정 백일장의 수상 실적만 인정됩니다. 백일장에도 급이 있으므로, 대학이 인정하는 백일장의 수상 실적을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2. 재수생이나 검정고시 출신도 실기로 갈 수 있나요?
갈 수 있습니다. 실기 전형 대부분은 졸업생 지원을 제한하지 않고 실제로 실기 고사장에는 재수생이 적지 않습니다. 한 해 더 읽고 쓴 축적이 실기에서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재수를 '기회가 한 번 더 오는 것'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기는 축적의 시험이라 같은 방식으로 1년을 반복하면 결과도 대개 반복됩니다. 무엇이 부족해 떨어졌는지부터 진단하고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검정고시 출신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생부가 없으므로 대학마다 비교내신 등 별도의 성적 처리 기준을 적용하는데 그 방식이 제각각입니다. 지원 전에 해당 대학 모집요강의 검정고시 출신자 처리 기준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희 교습소에 문의하셔도 좋습니다.
3. 아이가(혹은 제가) 문학을 좋아한다는데, 이것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나요?
이야기를 사랑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짓는 데 열정을 가진 학생이 많습니다. 웹소설, 판타지, 드라마 시나리오처럼 다양한 매체로 상상력을 펼치는 것은 훌륭한 재능입니다. 하지만 그 재능이 곧바로 문예창작과 입시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대학이 학생에게서 찾으려는 '문학'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학 문예창작과는 '상업 문학'이 아니라 '예술 문학(순수 문학)'을 할 학생을 찾습니다.
상업 문학은 독자의 즉각적인 재미와 몰입을 최우선에 둡니다. 웹소설, 장르 문학이 여기에 속하며 빠른 전개와 명쾌한 사건 해결로 독자에게 쾌감을 줍니다.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슷합니다.
예술 문학(순수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고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을 실험합니다. 즉각적인 답 대신 오래 남는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삶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대학이 실기 시험에서 확인하려는 것이 바로 이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입니다.
순문학 중심의 문예창작 실기는 문단 문학(순수문학·실천문학)을 기준으로 합니다. 장르문학·호러·웹소설·라이트노벨을 좋아하더라도 실기를 준비하려면 문단 문학을 따로 익혀야 합니다. 특히 드라마 시나리오로는 시험 자체를 치를 수 없습니다. 실기장에서 써야 할 글은 '내가 좋아해 온 문학'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상업 문학에 재능을 보이던 학생이 순수 문학의 깊이에 매료되는 일은 아주 흔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대학 입시라는 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이끄는 일입니다. 나아갈 방향을 알고 준비할 때와 모른 채 준비할 때의 결과는 크게 다릅니다.

4. 시(운문)와 소설(산문), 어느 쪽으로 준비해야 하나요?
상담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제도부터 보면 대학마다 방식이 다릅니다. 운문과 산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학교도 있고 특정 갈래를 지정하거나 복수의 글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지망 대학의 실기 방식에 따라 준비 방향이 달라지므로 모집요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성향입니다. 짧은 순간의 감각과 이미지를 붙잡는 데 강한 학생이 있고 인물과 사건을 굴려 이야기를 만드는 데 강한 학생이 있습니다. 전자는 운문에, 후자는 산문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갈래'와 '점수가 나오는 갈래'가 어긋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희가 수업 초기에 자체 테스트로 학생의 취향과 강점을 진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단은 처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실력을 점검해 어디가 막혀 있는지 학생 자신도 알고 선생님도 알게 하고, 수업은 그 결과를 기준으로 짭니다. 방향을 정확히 잡고 시작하면 같은 노력으로 훨씬 멀리 갑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른 갈래의 독서를 놓아서는 안 됩니다. 시를 쓰는 학생의 문장은 소설의 서사 감각으로 단단해지고 소설을 쓰는 학생의 문장은 시의 밀도와 이미지로 깊어집니다.
5. 저는 시나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문단 문학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실기 대비로 문단 문학을 읽을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좋은 문학'의 기준이 변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읽는 책이 최근 문학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은 동시대성을 담아야 합니다. 과거에 훌륭하다고 평가받던 기승전결 구조나 시간 순서의 서술만 고수하는 것은, 현대 미술의 시대에 고전주의 화풍으로만 그림을 그리겠다는 시도와 같습니다. 실제로 1980~1990년대 문학관에 머물러 기승전결만 따르거나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글쓰기는 실기에서 감점 요인이 됩니다. 최신 문단의 경향과 작품을 꾸준히 읽으며 지금 시대와 호흡하는 글쓰기를 익혀야 합니다. 저희 교습소에는 여러 출판사에서 자진해서 신간을 보내 주어 새 책이 꾸준히 쌓입니다. 학생들은 지금 막 나온 문학을 손에 들고 읽습니다.
문단 문학을 읽더라도 인스타그램식 시나 감상 에세이 형식에 머무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시·에세이·소설에서 생각이나 감정을 직설적으로 털어놓는 '진술' 자체를 문학이라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진술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근대 문학과 현대 문학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고 입시에서는 수험생의 문학적 이해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근대 문학의 진술은 작가가 직접 나서서 주제를 선언하고 독자를 가르치는 '계몽의 목소리'였습니다.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비교적 직설적인 방식입니다. 반면 현대 문학의 진술은 작가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감춥니다. 인물의 대사나 상황 속에 스며들어 아이러니를 만들고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찾게 만드는 '숨겨진 장치'로 작동합니다. 즉 진술은 작가의 주장을 내세우는 수단이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주제를 암시하는 도구로 다뤄져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 이 차이를 의식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질이 달라집니다.
6. 실기 준비는 언제부터 해야 하나요?
문예창작과 입시를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님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기 준비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특히 특기자 전형이 목표라면 조기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기자 전형에서 인정되는 전국 단위의 권위 있는 백일장과 공모전은 대부분 1년에 한 번만 열립니다. 고교 3년 동안 한 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야 세 번입니다. 이 세 번의 기회를 잡으려면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아 두어야 합니다. 저희는 대학이 인정하는 백일장을 매달 초 정리해 학생과 학부모님께 알리고, 접수가 시작되거나 마감되는 주에 한 번 더 알립니다. 한 해 한 번뿐인 기회를 모르고 지나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시·정시 실기 전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장에서 제한 시간 안에 20행 내외의 시 한 편, 혹은 2,000자 안팎의 완성도 높은 소설(콩트) 한 편을 지어내는 일은 기본기 없이 단기 훈련만으로 해내기 어렵습니다. 깊이 있는 사유, 안정적인 문장력, 능숙한 작법은 체계적으로 배우고 꾸준히 습작해야 쌓입니다.
간혹 "몇 개월 만에 합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곳이 있습니다. 극히 드문 사례를 일반화한 현실과 동떨어진 홍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고3 3월이나 수시 원서 접수를 몇 달 앞둔 시점에 문의가 몰리는데, 이런 시기일수록 불안에 쫓겨 판단을 서두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1년이면 충분하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1년 만에 해낼 수야 있겠지만 남들이 2년에 걸쳐 쌓아 온 것을 1년 안에 따라잡아야 합니다. 이 점을 잊지 마십시오.
공부량을 구체적으로 따져 봅시다. 경기도교육청 조사에서 고등학생이 한 해에 읽는 종이책은 평균 7.6권, 한 달 반에 한 권꼴입니다(아래 8번 항목 참고). 예고 학생들은 당연히 이보다 훨씬 많이 읽습니다. 내가 만약 고2에 시작한다면, 그동안 쌓지 못한 독서량이 얼마나 밀려 있는지 계산만 해 봐도 감이 잡힙니다. 여기에 필사, 문장 외우기, 실제 습작 분량까지 더하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공부량이 더 또렷해집니다.
물론 단기 준비로 합격하는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거나, 타고난 재능에 꾸준한 독서와 습작이 더해져 글쓰기 능력이 유난히 뛰어난 학생에 한정된 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일반고 학생이 입시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가 바로 이들입니다. 수년간 땀 흘린 학생과 이제 막 시작한 학생이 겨루는 체육·미술 입시의 구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시작이 늦었다면 그만큼 불리하게 출발합니다. 이 격차는 많이 읽고 밀도 있게 공부해야만 메울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은 잠시 위안이 될 뿐 합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7. 예술고등학교에 가야 하나요? 일반고에서도 준비할 수 있나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께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이 글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듯 예고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중학교 때 실기로 선발되어 3년 내내 전문적인 창작 교육을 받습니다. 매일 읽고 쓰게 만드는 환경, 함께 합평할 동료, 창작을 지도하는 교사. 이런 환경의 힘은 분명히 큽니다. 문학을 일찍, 확실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예고 진학은 좋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예고가 유일한 길도, 만능도 아닙니다. 결정 전에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예고 입시 자체가 실기 시험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하며 여기에도 같은 축적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둘째, 예고 진학이 대학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대학 실기는 전국의 예고생과 일반고생이 같은 고사장에서 겨루는 시험이고 비슷한 훈련을 받은 학생들끼리의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합니다. 셋째, 내신에서는 일반고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예고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학생들끼리 등급을 나누기 때문에 내신 확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고에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예고생이 학교 안에서 채우는 독서와 습작의 시간을, 일반고생은 스스로의 계획과 전문적인 지도로 채워야 합니다. 앞의 6번 항목에서 말씀드린 공부량의 격차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고냐 일반고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에 있든 언제 시작해서 얼마나 쌓느냐입니다.
8. 독서량은 어느 정도여야 하나요?
"한 달에 책을 몇 권 읽어야 하나요?"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덜고 방향을 잡으시라고 기준을 말씀드립니다.
경기도교육청의 「2024 학생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경기도 초·중·고 학생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46.5권입니다. 그러나 이 평균은 초등학생이 크게 끌어올린 값이고, 고등학생만 보면 종이책은 한 해 7.6권, 한 달 반에 한 권꼴입니다. 문예창작과를 지망한다면 이 수치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일반 학생의 평균일 뿐, 작가를 꿈꾸는 예비 창작자에게 필요한 문학적 깊이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평균을 넘어서는 독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족한 경험과 배경지식을 빠르게 채우려면 남들보다 많이 읽어야 합니다.
다만 권수만 늘리는 것이 합격으로 가는 길은 아닙니다. 문예창작과 입시가 평가하는 것은 독서 퀴즈 챔피언이 아니라, 글의 구조와 표현을 깊이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예비 작가로서의 역량입니다. 그래서 양적인 노력과 함께 제대로 된 독서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작가가 구사하는 언어의 호흡, 사건을 끌고 가는 진술 방식, 인물과 배경을 그려내는 묘사의 결을 꼼꼼히 분석하며 읽어야 합니다. 작품에 숨은 은유(메타포)와 상징을 찾아내 그 의미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감명 깊은 문장이나 빼어난 표현은 눈으로만 읽고 넘기지 마십시오.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필사로 체득하고 나만의 문장 노트에 정리해 꾸준히 외우는 과정은 글쓰기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문예창작과 지망생은 평균 이상의 독서량을 목표로 하되, 한 권을 읽더라도 작가의 기술을 배우려는 집요함으로 파고드는 '질적 독서'에 더 큰 무게를 두어야 합니다.
9. 문예창작과 실기, 논술 학원에서 준비할 수 있을까요? 극작과나 영화과는요?
논술 교육만으로는 문예창작과 실기를 대비하기 어렵습니다. 두 분야는 평가 기준과 요구하는 역량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논술은 주어진 지문을 비판적으로 읽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짜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핵심은 분석력과 논리력입니다.
반면 문예창작과 실기는 수험생이 직접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시험입니다. 정해진 답 없이, 주어진 글제나 자료를 바탕으로 백지 위에서 상상력과 문학적 표현력, 독창적인 서사 구성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운문(시) 실기는 압축된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로 시적 세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산문(소설) 실기는 매력적인 인물과 갈등을 중심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직조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논리적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영역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물론 논술 학원에서 배우는 명료한 문장 구성이나 단락 짜임새는 글쓰기 기본기를 다지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예창작과 입시가 요구하는 문학적 감수성과 창의력은 논술 교육만으로는 길러지지 않습니다.
이 전문성 문제는 논술만이 아니라 이웃 분야인 극작과·영화과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 학과들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준비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 말고는 모든 것이 다른 별개의 분야입니다.
- 문예창작과는 시, 소설 등 '활자'를 기반으로 한 순수 문학을 탐구합니다.
- 극작과는 희곡, 드라마 대본 등 '무대와 대사'를 전제로 한 글쓰기를 다룹니다.
- 영화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카메라라는 시각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논술·문예창작·극작·영화는 이름만 비슷해 보일 뿐, 가르치는 내용도, 훈련 방식도, 평가 기준도 전부 다른 분야입니다. 한 명의 선생님이 이 네 전공을 모두 깊이 있게 공부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러니 한 곳에서 이 분야들을 함께 가르친다면, 분야마다 전담 선생님이 따로 있는지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통합 수업'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이 처음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현대 순문학에서는 플롯이나 서사의 속도보다 문장의 밀도가 훨씬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목표가 다릅니다. 통합으로 모집한 뒤 분반하더라도 한 명의 강사가 네 분야를 전부 지도한다면 같은 문제가 남습니다. 상담하실 때 실제로 수업을 맡을 선생님의 전공을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10. 잘 쓴 작품을 여섯 편 정도 외워 가면 합격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저희 역시 좋은 작품을 퇴고하며 시험을 준비하도록 지도합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험장에 진짜로 '가져가는' 것은 잘 쓴 작품 몇 편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여 깎아 둔 자신만의 사유와 세계입니다. 사유는 시험장에서 즉석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꾸준한 독서와 습작, 수없이 많은 퇴고를 거치며 생각과 시선을 충분히 벼려 두어야, 어떤 낯선 주제가 나와도 그 위에 자기 세계를 세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문예창작과가 본래 학생에게서 찾으려는 역량, 곧 예비 작가로서의 '깊이 있는 사유와 독자적인 시선'입니다. 좋은 작품을 퇴고하는 훈련은 '답안 몇 편을 들고 가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세계를 벼리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컨대 '의자'라는 글제로 작품을 준비해 갔는데 마침 의자나 책상처럼 비슷한 주제가 출제된다면, 준비한 작품이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애초에 이런 방식을 막으려고 기상천외한 시험 문제를 냅니다. 한 대학 문예창작과 수시에서 실제로 출제된 기출 유형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출제 예시 산문 — 아래 그림의 정황이 수미상관으로 드러나도록 글을 쓰시오.


수미상관 형식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량이 없으면 손댈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학은 외워 온 글로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도록 실기 문제를 설계합니다. 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문예창작 실기에 노하우는 있을지언정 '꼼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창작 능력을 길러 정공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유일한 답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A대학에서는 외워 간 글을 쓸 수 없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소위 '총알'이라며 외워 가서 도움이 되는 것은 낯선 소재나 직업 메타포 같은 재료 수준의 정보뿐이고 그 재료로 글을 쓰는 것은 학생 자신입니다. 암기한 작품을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으로 합격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외운 작품을 글제에 맞춰 바꿔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질 좋은 작품을 외워 두고 시험장에서 글제에 맞춰 고쳐 쓰는 연습은, 바꿔 쓸 수 있는 글제가 나오기를 바라며 슬롯머신 손잡이를 당기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운이 좋으면 맞아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입시는 도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충분한 실력을 길러 현장에서 쓰십시오. 문창과를 준비하면서 시간 내에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을 충분히 숙달해야 합니다.
11. 문예창작과 최고의 대학은 어디인가요?
좋은 문창과는 여럿 있습니다. 1953년 국내 최초로 문예창작과를 개설한 서라벌예술학교(현 중앙대학교)가 있고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예술특수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도 있습니다. 전문대학 중에는 실기 중심 교육으로 잘 알려진 서울예술대학교가 있습니다. 사실 '최고의 대학'이라는 기준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실기 반영 비율이 높다고 해서 더 좋은 대학인 것도 아닙니다. 어느 대학이 '가장 좋은가'를 따지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각 대학의 학풍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 차이는 산문보다 운문에서 더 뚜렷합니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미래파' 사조를 기점으로 학교마다 가르치는 문학관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미래파는 전통적인 서정시와 달리 디지털 문화, 기계적 감각, 실험적 형식, 파편화된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사조를 말합니다.
완전한 미래파 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전공 명예교수인 김혜순 시인의 시 한 편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피어라 돼지〉는 2012년 「문예중앙」 여름호에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2016년 동명의 시집(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피어라 돼지 — 김혜순
훔치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죽이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재판도 없이
매질도 없이
구덩이로 파묻혀 들어가야 한다
검은 포클레인이 들이닥치고
죽여! 죽여! 할 새도 없이
알전구에 똥칠한 벽에 피 튀길 새도 없이
배 속에서 나오자마자 가죽이 벗겨져 알록달록 싸구려 구두가 될 새도 없이
새파란 얼굴에 검은 안경을 쓴 취조관이 불어! 불어! 할 새도 없이
이 고문에 버틸 수 없을 거라는 절박한 공포의 줄넘기를 할 새도 없이
옆방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뺨에 내리치는 손바닥을 깨무는 듯
내 입 안의 살을 물어뜯을 새도 없이
손발을 묶고 고개를 젖혀 물을 먹일 새도 없이
엄마 용서하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할 새도 없이
얼굴에 수건을 놓고 주전자 물을 부을 새도 없이
포승줄도 수갑도 없이
나는 밤마다 우리나라 고문의 역사를 읽다가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저 산 아래 지붕들에 대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이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나에겐 노래로 씻고 가야 할 돼지가 있다
노래여 오늘 하루 12시간만 이 몸에 붙어 있어다오
시퍼런 장정처럼 튼튼한 돼지 떼가 구덩이 속으로 던져진다
무덤 속에서 운다
네 발도 아니고 두 발로 서서 운다
머리에 흙을 쓰고 운다
내가 못 견디는 건 아픈 게 아니에요!
부끄러운 거예요!
무덤 속에서 복부에 육수 찬다 가스도 찬다
무덤 속에서 배가 터진다
무덤 속에서 추한 찌개처럼 끓는다
핏물이 무덤 밖으로 흐른다
비 오는 밤 비린 돼지 도깨비불이 번쩍번쩍한다
터진 창자가 무덤을 뚫고 봉분 위로 솟구친다
부활이다! 창자는 살아 있다! 뱀처럼 살아 있다!
피어라 돼지!
날아라 돼지!
멧돼지가 뜯어 먹는다
독수리 떼가 와서 뜯어 먹는다
파란 하늘에서 내장들이 흘러내리는 밤!
머리 잘린 돼지들이 번개 치는 밤!
죽어도 죽어도 돼지가 버려지지 않는 무서운 밤!
천지에 돼지 울음소리 가득한 밤!
내가 돼지! 돼지! 울부짖는 밤!
돼지나무에 돼지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밤
〈피어라 돼지〉는 김혜순의 전반적인 시 세계처럼 신체성, 여성성,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완전한 미래파 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파괴적 에너지, 비정형적인 문법, 충격적인 이미지 등 일부 미래파 사조적인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의 형식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이 차이는 문단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되었습니다. 낯설고 파격적인 언어를 새로운 시의 얼굴로 반긴 쪽이 있었고, 독자와의 소통을 잃은 언어라며 경계한 쪽이 있었습니다. 문단에서조차 이렇게 갈리는 취향은 실기 심사장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감각과 이미지의 도약을 높이 사는 심사가 있고, 정확한 진술과 단단한 구성을 먼저 보는 심사가 있습니다.
결국 실기 제도로 문창과에 진학한다는 것은 그 학교의 교수님을 은사로 모신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4년 동안 그 교수님의 학풍을 익히게 되기 때문에, 이름난 대학을 찾는 것보다는 자신의 미학관과 유사한 미학관을 지닌 교수님에게서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언젠가 스승과 다른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지만, 4년간은 그 교수님에게 배우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대학에 가기 전 누구에게 배우느냐도 중요합니다. 학생의 글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그 글을 알아봐 줄 대학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어야 입시 전략도 제대로 세울 수 있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 그것이 제가 맡은 역할입니다.
그렇다고 대학의 입맛에 맞춰 글을 깎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순서는 반대입니다. 먼저 좋은 작가로 자라는 데 힘을 쏟고, 대학은 그 글에 맞춰 함께 고릅니다.
12. 실기제도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어디가 있나요?
아래는 2026학년도 문예창작 실기 전형을 정리한 참고표입니다. 수치는 집필 시점의 공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전형 방법·모집 인원·최저학력기준은 해마다 바뀝니다. 지원 전에 반드시 해당 대학의 최신 모집요강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서 정리된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문예창작과 실기전형 종합 가이드대학별 시험 과목·시간·경쟁률을 한 페이지로
13. 지방에 문예창작과 전문학원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창과 실기 학원이 서울에 몰리고 지방에서는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하는 까닭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창과 실기 전형은 대학마다 뽑는 인원이 많지 않습니다. 뽑는 인원이 적으니 지망 학생 수도 많지 않고 학원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학원이 유지되려면 학생들이 꾸준히 모여야 하는데, 지방에서는 그 숫자를 안정적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방 학생들이 문창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ZOOM 실시간 중계 강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리가 멀다고 공부의 밀도까지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수업은 녹화해 두어, 놓친 수업이나 다시 듣고 싶은 대목을 학생이 숙제 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숙제 제출과 확인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지난달 숙제를 얼마나 해냈는지도 학생이 스스로 확인합니다. 무엇을 빠뜨렸는지 숫자로 보이면, 누가 다그치지 않아도 다음 달 계획이 달라집니다.

14. 좋은 학원이나 교습소를 고르는 방법은? 합격생이 많으면 될까요?
합격자 수를 보실 때는 전체 수강생 수와 누가 원고를 읽는지를 함께 보세요. 단순히 합격생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학원이나 과외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좋은 곳을 가려내는 몇 가지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① 분야별 전담 강사가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국내에 극작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많지 않고 그중 실기로 학생을 선발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극작과 하나만으로는 학원 운영이 어렵습니다. 다른 소수 실기 분야도 사정이 같습니다. 그래서 문예창작과 극작·영화·드라마·논술 실기생을 함께 모집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때는 분야마다 전담 강사가 있는지, 담당 강사의 전공이 무엇인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논술·영화·극작·문창과는 '글쓰기'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가르치는 방식과 내용이 크게 다릅니다.
간혹 문예창작학원 간판에 '논술'이 함께 붙기도 합니다. 학원·교습소 인가 과정의 학원명 표시 제도 때문에 명목상 '논술'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입니다(저희 교습소가 그렇습니다). 이처럼 이름만 그렇고 실제로는 문예창작 수업만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표시 제도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논술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면, 그곳이 문창과 실기를 전문적으로 지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합니다. 문창과 실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문예창작 교육만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② 강사 한 명이 맡는 학생 수를 확인하십시오
미술학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좋은 강의도 중요하지만 글쓰기 교육의 핵심은 첨삭입니다. 학생이 쓴 글을 한 편 한 편 꼼꼼히 읽고 피드백을 주려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사 한 명이 너무 많은 학생을 맡으면 첨삭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담하실 때 반별 수강 인원, 첨삭 방식, 수업 시간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대1 과외는 호불호가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잘 쓴 글과 부족한 글을 함께 읽으며 배우는 쪽이 더 큰 공부가 된다고 믿지만 학생에 따라 소수 그룹수업이 맞기도 하고 개인 지도가 맞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반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 첨삭 기회가 부족해지는 상황만은 피하는 일입니다.
③ 강사 프로필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담당 강사가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어떤 역량으로 가르쳐 왔는지 반드시 살펴보십시오. 같은 강사가 오래 가르쳐 왔는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대표 강사가 직접 수업하는지, 실제 수업을 맡을 강사의 이력이 어떤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선생님의 역량이 곧 학생의 역량으로 이어집니다. 미술·체육·보습학원을 고를 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시면 됩니다. 좋은 선생님을 구분하는 방법은 어디든 동일하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④ "수개월 만에 합격"이라는 말은 조심하십시오
앞서 말씀드렸듯, 몇 달 만에 합격시켜 준다는 홍보나 "어떤 공부도 없이 쉽게 합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경계해야 합니다. 학생이 웹소설을 쓰든 문단 문학을 준비하든, 성적이 어떻든 전부 가능하다는 보장은 현실에 없습니다.

15. 재능이 뛰어나야만 합격할 수 있나요?
재능이 뛰어나야만 갈 수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내려온 천재라는 상像은, 사실 근대가 만들어 낸 환상에 가깝습니다. 현대 문학은 무에서 홀로 창조하는 천재를 더는 믿지 않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텍스트(text)라는 말이 본디 '짜다, 직조하다'라는 뜻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글은 한 천재의 머릿속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읽어 온 무수한 문장과 써 본 문장이 한 올 한 올 얽혀 짜이는 직물과 같습니다. 작가란 신처럼 창조하는 자가 아니라, 이미 있는 실들을 엮어 새 무늬를 짜는 사람입니다.
현대의 글쓰기는 건축과도 같습니다. 집은 영감만으로 서지 않습니다. 설계도를 그리고 기초를 다지고, 자재를 골라 순서대로 쌓아 올려야 비로소 섭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편의 시에는 이미지를 배치하는 설계가, 한 편의 소설에는 갈등과 밀도를 계산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문장은 자재이고, 작법은 공법입니다. 그리고 설계와 공법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배워 익히는 기술입니다. 대학에 문예창작'학과'가 존재하는 이유도, 저희가 창작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외운 글을 고쳐 쓰는 일을 슬롯머신에 비유했지요. 그것이 운에 거는 도박이라면, 직조는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하루치의 독서와 한 편의 습작이 실이 되어 쌓이고 그 실의 두께가 실기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도박은 요행을 바라지만, 직조는 축적을 믿습니다. 천재로 태어나야 한다는 환상은 버리십시오. 이 길에서 말하는 재능은 결국 읽고 쓰는 힘이고, 그 힘은 기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성실함과 교육이 만듭니다.
16.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도 문예창작을 배워야 하나요?
요즘 상담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저 역시 언론사에서 AI를 실무로 다루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오히려 문예창작 실기의 가치는 지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실기 시험은 고사장에서, 처음 보는 글제로, 제한 시간 안에, 손으로 씁니다. 그 자리에서는 AI에 맡길 수 없고, 학생이 직접 글을 완성해야 합니다. 대학도 결국 같은 것을 실기로 확인합니다. 검색되지 않는 자기 경험, 학습되지 않은 자기 시선.
문학 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이미 있는 문장들의 평균을 매끄럽게 내놓습니다. 그러나 문학은 평균에서 벗어나는 지점, 나만 겪었고 나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앞의 15번에서 글쓰기를 건축에 비유했지요. AI는 좋은 자재 공장이 될 수는 있어도 어떤 집을 왜 짓는지는 사람이 정합니다. 그 '왜'를 기르는 일이 문예창작 공부입니다.
하나만 당부드립니다. 습작을 AI에게 맡기는 순간 쌓여야 할 실력이 쌓이지 않습니다. 주요 백일장과 공모전은 이미 AI 사용 검증을 강화하고 있고 무엇보다 실기 고사장에는 AI를 들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참고 도구로 쓰는 것과 대신 쓰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17. 문예창작과를 졸업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문예창작과의 본령은 분명합니다. 시인과 소설가, 곧 순문학 작가를 기르는 학과입니다.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하는 길이 기본이고, 교육과정도 대개 그것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다만 '작가만 되는 학과'라고 오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문창과 4년이 기르는 것은 결국 읽고, 구성하고, 쓰는 능력이고 이 능력이 필요한 직업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졸업생들이 실제로 걸어가는 길을 갈래별로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 창작 — 시인, 소설가, 동화·청소년문학 작가, 에세이스트, 웹소설 작가
- 극·영상 — 방송작가(예능·교양·라디오), 드라마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뮤지컬·연극 극작가
- 출판·언론 — 출판사 편집자, 문학 기획자, 기자, 교열·윤문 전문가
- 콘텐츠 —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웹툰 스토리 작가, 스토리 IP 기획자, 영상 구성작가
- 광고·기업 — 카피라이터, 브랜드 스토리텔러, 홍보·사보 담당
- 교육·연구 — 글쓰기·독서 지도 강사, 대학원 진학, 평론과 연구
저 역시 문학에서 출발해 문학전문매체를 만들었고 지금은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어디로든 옮겨 탈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만 순서는 분명합니다. 이 모든 갈래의 공통 뿌리는 문장이고 문창과 입시와 교육은 그 뿌리를 순문학으로 기릅니다. 뿌리가 깊으면 어느 가지로든 뻗을 수 있습니다.
문학, 그 길을 걷고자 하는 당신에게
문학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순간을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길어 올리는 작업이지요. 당신이 그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마음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재능입니다. 디지털과 미디어의 시대에 책 읽기가 좋고 이야기를 직조하는 일이 좋다면, 그것 자체가 능력입니다. 많은 이들이 나이를 먹고 대학에 가서도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진지하게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당신은 이미 문학을 할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다만 이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일종의 도피처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알아야 합니다. 수능 공부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치열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꾸준히 읽고 보고 배우고 쓰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읽고 쓰는 재능은 기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재능 위에 무엇을 쌓아 올리느냐이며, 이 과정은 단순한 입시를 넘어 당신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읽기와 쓰기의 기본기가 없는 학생은 보통 3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떠나갑니다. 제가 혼내거나 다그쳐서가 아닙니다. 읽고 쓰는 힘이 아직 거기까지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자체 테스트로 학생의 취향과 독서 방향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지도합니다. 취미로 하던 독서에 뚜렷한 방향이 생기면 학습 성과도 분명해집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생각보다 많은 학습량에 놀라지만 이내 자신에게 맞는 읽기와 쓰기의 방식을 터득하면서 실력이 부쩍 자랍니다. 그 과정은 숙제 기록으로 남아 학생과 학부모님이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실함은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드러납니다.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입니다. 꼼수 없이 정직하게 배우고 공부하며 쓰는 것. 부지런히 읽고 사유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색을 찾는 것. 이것이 대학 합격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훗날 작가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입니다. 당신이 그 길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다시 매만지는 동안, 지난달 한 학부모님과 나눈 통화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재수를 시작한 아이가 많이 주눅 들어 있다며 '좋은 글 몇 편만 만들면 될 줄 알았던 안일함'과 '짧았던 준비 기간'에 대한 후회를 토로하셨습니다. 그 안타까움에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제대로, 정확히 알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 또한 교습소를 운영하기에 잘 압니다. "무조건 합격한다"고 말하면 더 많은 학생을 모을 수 있고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내보내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제대로 문학을 배우고, 함께 갈 소수의 학생들과만 묵묵히 이 길을 걷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학생이 스승을 신중히 고르듯, 저 역시 아무 학생이나 가르치지 않겠습니다.
문예창작과 입시의 길 위에서 헤매고 고민하는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등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 뉴스페이퍼 이민우 올림

